전통 문양의 현대 패턴화 7

기와무늬가 만든 감성 굿즈 디자인 트렌드

도시 속에서 다시 태어난 전통, 기와무늬의 부활- 기와문양, 전통의 재해석, 도시 디자인기와는 오랫동안 한국 전통 건축의 지붕을 장식하는 소재였고, 그 위에 새겨진 무늬들은 단지 장식이 아니라 시대와 기원을 상징하는 언어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기와무늬를 일상에서 거의 마주치지 못했다. 낡은 건물의 상징, 혹은 박물관의 한 켠에 전시된 유물로만 기억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기와무늬가 도시 속 굿즈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로컬 감성 디자인’ 트렌드에서 기와무늬는 그 자체로 정제된 선과 반복의 미학을 상징한다. 강한 선의 리듬과 안정된 형태는 미니멀한 제품과도 잘 어울려, 감성적인 무드와 전통적 품격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

한복에서 추출한 패턴, 스트리트 패션으로 재탄생

전통이 낡았다는 오해를 벗고, 거리 위로 나오다- 한복, 전통의 재해석, 스트리트 패션한복은 오랫동안 ‘예식용’ 혹은 ‘명절 의상’이라는 인식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치며 전통의 이미지가 새롭게 바뀌고 있다. 그 변화는 단순히 디자인이 아닌 패턴과 색의 추출 방식에서 시작되었다. 한복 고유의 곡선, 오방색 조합, 자수 문양 등은 과거에는 고전적 요소로 치부되었지만, 요즘에는 패션의 원형적 언어로 해석되고 있다.MZ세대 패션 브랜드 ‘한결릿지(Hangyeol Ridge)’는 한복의 배래선(소매 끝 곡선)을 스트리트 웨어 재킷에 적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배래 곡선을 따라 반사 테이프를 넣거나, 한복 저고리 끝단에서 보이던 꽃문양을 모자 챙 라인에 응용하는 방식이..

전통 문양을 패션으로 풀다: 2030 디자이너 인터뷰

전통은 낡았다는 편견, MZ세대 디자이너의 질문에서 시작됐다패션 브랜드 ‘소새(SOSAE)’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박지수 씨(29)는 대학 시절 우연히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가 전통문양의 매력에 빠졌다. 그가 말하길, “전통은 늘 박물관 안에만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쁘지만 오래된 것, 의미는 있지만 요즘 감성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문양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니 색이 너무 세련된 거예요. 그때 처음 ‘이걸 요즘 옷에 입히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통문양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순간이었다.박지수 씨처럼 요즘의 2030 디자이너들은 전통문양을 ‘소재’가 아니라 ‘언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패턴 요소로 참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 문양이 담고 있는 의..

한지 문양, 뉴욕에서 벽지로 부활하다

전통 종이, 한지가 뉴욕 디자이너의 눈에 들어오다- 한지, 전통 종이, 글로벌 디자인한지는 오랫동안 한국의 전통 종이로 알려져 왔지만, 한때는 ‘오래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현대 공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 한지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것도 단순히 종이로서가 아니라, 예술적 문양과 질감을 가진 하나의 디자인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뉴욕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이에서 ‘한지 벽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손으로 직접 떠낸 한지 특유의 섬유결, 그리고 전통 문양이 은은하게 새겨진 표면은 유럽과 미국의 모던한 인테리어 트렌드와 오히려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미국 브루클린에 위치한 ‘Studio Keira’는 2024년 봄 시즌에 한국의 전통 한지를 활용한 ..

전통문양,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이 되기까지

전통문양의 가치, 일상 속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다한번은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한 여학생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보게 됐다. 선 하나하나가 흐르듯 연결된 그 무늬는 한눈에 보기에도 특별했다. 물어보니, 그것은 고려 시대에서 유래한 전통 연화문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케이스였다고 한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전통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을. 전통문양은 오랫동안 고궁, 사찰, 박물관 등 제한된 공간 안에서만 존재해왔다. 화려하고 정교하지만, 동시에 멀게 느껴졌던 전통의 상징물들이 이제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라는 가장 일상적인 사물 위에 조선의 단청 문양, 보자기 패턴, 민화 속 상징들이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디자인 트렌드 이상의 의미를 지닌..

단청의 곡선이 만든 현대 인테리어 패턴

곡선의 미학, 단청이 지닌 조화의 철학단청은 목조건물에 여러 가지 빛깔로 무늬를 그려서 장식한 것으로, 단순한 건축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고유의 자연관과 우주관, 그리고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던 철학이 담긴 미학의 결정체다. 특히 곡선의 반복과 대칭 구조는 단청이 단지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시각 요소를 넘어, 공간과 인간의 에너지를 흐르게 하는 일종의 정신적 장치였음을 보여준다. 단청의 곡선은 직선보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그 흐름 안에는 자연과 인간의 상생이 녹아 있다.대표적인 예로 궁궐 처마 아래 펼쳐진 연화문(蓮花文)이나 보상화문(寶相華文)은 선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 있으며, 반복되는 곡선이 만들어내는 패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일종의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시각적 리듬은 오늘날에도 충분..

조선 보자기 문양, 유럽 패브릭 디자인에 스며들다

전통 보자기, 조선의 미학을 담은 천 한 장보자기는 단순히 물건을 싸는 도구가 아니었다. 조선의 여성들은 실용성과 미학을 동시에 추구하며, 보자기에 자신의 정성과 이야기를 담았다. 보자기의 문양은 단아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음양오행과 길상(吉祥)의 상징이 담겨 있었다. 연꽃, 박쥐, 구름, 학 등은 각각 부귀, 장수, 지혜 같은 뜻을 품고 있었고, 이런 상징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삶의 철학이기도 했다. 실제로 조선 후기에는 실용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오방색 보자기’가 유행했으며, 혼례나 제사 같은 의례적 공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이처럼 보자기는 한국적인 전통미의 집합체였다. 직조 방식, 색의 배합,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양의 배열은 그 자체로 하나의 회화였고, 시대를 반영한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