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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문양을 패션으로 풀다: 2030 디자이너 인터뷰

전통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젊은 감각최근 몇 년 사이, 20~30대의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한국 전통문양을 패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이라는 단어가 ‘옛것’이나 ‘격식’과 연결됐지만, 지금의 신진 디자이너들은 그것을 완전히 다른 감성으로 바라본다. 문양은 단지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는 독창적인 그래픽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한복 기반 브랜드 ‘리슬(LEESLE)’을 이끌고 있는 황이슬 대표는 "전통문양은 오히려 현대적인 조형성과 미니멀한 미감을 담고 있어서 MZ세대가 좋아하는 무드와 맞닿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녀는 단청의 연화문과 창호의 격자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셔츠, 스커트, 후드티 등에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한지 문양, 세계속에서 벽지로 부활하다

종이 그 이상, 한지의 시각적 가능성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섬유 구조가 살아 있는 전통 재료로서 수백 년간 한국의 예술과 생활에 사용되어 왔다. 닥나무 섬유를 활용해 만든 한지는 내구성과 통기성이 높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은은한 결이 시각적으로 독특한 깊이를 만들어낸다. 특히 한지를 통과한 빛은 표면에 따라 다르게 확산되며, 공간에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탁월하다. 이러한 특징은 단순한 종이를 넘어서 조형적 재료로서 주목받게 되었고, 현대 디자인 분야에서도 한지의 시각적 감성과 물성은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는 핵심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종이의 표면에 드러난 문양, 염색의 번짐, 결의 흔들림은 복잡한 그래픽이 아닌, 절제된 표현 속에서 감정을 전달하는 시각 언어로 해석된다. 한..

전통문양,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인이 되기까지

전통문양의 가치, 일상 속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다한번은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한 여학생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보게 됐다. 선 하나하나가 흐르듯 연결된 그 무늬는 한눈에 보기에도 특별했다. 물어보니, 그것은 고려 시대에서 유래한 전통 연화문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케이스였다고 한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전통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을. 전통문양은 오랫동안 고궁, 사찰, 박물관 등 제한된 공간 안에서만 존재해왔다. 화려하고 정교하지만, 동시에 멀게 느껴졌던 전통의 상징물들이 이제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라는 가장 일상적인 사물 위에 조선의 단청 문양, 보자기 패턴, 민화 속 상징들이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디자인 트렌드 이상의 의미를 지닌..

단청의 곡선이 만든 현대 인테리어 패턴

곡선의 미학, 단청이 지닌 조화의 철학단청은 목조건물에 여러 가지 빛깔로 무늬를 그려서 장식한 것으로, 단순한 건축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고유의 자연관과 우주관, 그리고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던 철학이 담긴 미학의 결정체다. 특히 곡선의 반복과 대칭 구조는 단청이 단지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시각 요소를 넘어, 공간과 인간의 에너지를 흐르게 하는 일종의 정신적 장치였음을 보여준다. 단청의 곡선은 직선보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그 흐름 안에는 자연과 인간의 상생이 녹아 있다.대표적인 예로 궁궐 처마 아래 펼쳐진 연화문(蓮花文)이나 보상화문(寶相華文)은 선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 있으며, 반복되는 곡선이 만들어내는 패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일종의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시각적 리듬은 오늘날에도 충분..

조선 보자기 문양, 유럽 패브릭 디자인에 스며들다

전통 보자기, 조선의 미학을 담은 천 한 장보자기는 단순히 물건을 싸는 도구가 아니었다. 조선의 여성들은 실용성과 미학을 동시에 추구하며, 보자기에 자신의 정성과 이야기를 담았다. 보자기의 문양은 단아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음양오행과 길상(吉祥)의 상징이 담겨 있었다. 연꽃, 박쥐, 구름, 학 등은 각각 부귀, 장수, 지혜 같은 뜻을 품고 있었고, 이런 상징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삶의 철학이기도 했다. 실제로 조선 후기에는 실용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오방색 보자기’가 유행했으며, 혼례나 제사 같은 의례적 공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이처럼 보자기는 한국적인 전통미의 집합체였다. 직조 방식, 색의 배합,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양의 배열은 그 자체로 하나의 회화였고, 시대를 반영한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