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양의 현대 패턴화

전통 문양을 패션으로 풀다: 2030 디자이너 인터뷰

cozyforest-blog 2025. 7. 5. 17:49

전통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젊은 감각

최근 몇 년 사이, 20~30대의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한국 전통문양을 패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전통이라는 단어가 ‘옛것’이나 ‘격식’과 연결됐지만, 지금의 신진 디자이너들은 그것을 완전히 다른 감성으로 바라본다. 문양은 단지 과거의 상징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낼 수 있는 독창적인 그래픽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한복 기반 브랜드 ‘리슬(LEESLE)’을 이끌고 있는 황이슬 대표는 "전통문양은 오히려 현대적인 조형성과 미니멀한 미감을 담고 있어서 MZ세대가 좋아하는 무드와 맞닿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녀는 단청의 연화문과 창호의 격자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셔츠, 스커트, 후드티 등에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그 과정에서 전통 문양의 ‘여백’과 ‘비율감’이 디자인 균형을 맞추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리슬의 접근은 단순한 디자인 차용이 아니라, 전통문양을 실용적인 일상복으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감성적 연결을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다.

 

동시대 패션 안에서 전통문양을 바라보는 방식

전통문양을 패션에 도입할 때 디자이너들은 의미와 미감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민화’의 호랑이, 까치, 모란과 같은 문양들은 익살스러우면서도 구조적인 강점을 갖고 있어 그래픽 패턴으로 변환하기 용이하다. 실제로 디자이너 민윤기(브랜드 YUNKI)는 서울패션위크에서 민화의 봉황문과 국화문을 일러스트 형식으로 재해석한 니트웨어를 선보인 적이 있다. 그는 “문양은 그 자체보다도 문양이 반복되며 만들어내는 리듬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며, 전통문양이 가진 반복성과 대칭성이 현대 텍스타일 디자인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젊은 디자이너들은 문양의 상징성보다는 시각적 리듬과 조형성에 주목하며, 의미를 가볍게 덜어내고 감각적으로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 결과 전통문양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형태의 언어’로 기능하고 있으며, 시각적 개성과 문화적 스토리텔링이 동시에 담긴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전통문양을 적용할 때 단순 프린트뿐 아니라 자수, 패치워크, 염색, 재단 방식 등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의 폭을 넓히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패턴이 단지 장식이 아닌 ‘옷의 구조’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부 디자이너는 문양의 대칭성과 반복을 옷의 패턴에 반영해 독특한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로 전통문양은 고전적인 이미지 대신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요소로 인식된다. 소비자들 역시 “이게 한국 문양이었다는 걸 몰랐지만 예쁘다”, “설명 들으니 더 애정이 생긴다”는 반응을 보이며 전통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전통 문양을 패션으로 풀다: 2030 디자이너 인터뷰

 

해외 무대에서 조명받는 한국의 문양 감성

서울을 넘어 파리, 밀라노, 뉴욕 등 해외 무대에서도 한국 전통문양을 차용한 패션이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디자이너 김아영은 2023년 파리 패션위크에서 수막새 문양과 금박 자수, 보자기의 사각 구성을 응용한 패턴을 활용한 콜렉션을 선보였고, 현지 매체에서는 “한국 전통의 질서를 시적으로 표현한 시각적 언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일부 한류 스타들이 착용한 전통문양 기반 의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어졌고,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도 전통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있는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통문양은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세계관과 철학을 드러내는 수단으로도 작동하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다움’이라는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전통문양을 통해 세계무대와 소통하는 방식은, 단지 K-fashion의 일부분이 아니라 동시대 디자인 언어로서의 설득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감성으로 번역된 문양, 소비자와의 연결

전통문양이 단지 ‘보여주는’ 디자인을 넘어, ‘느껴지는’ 경험으로 전환되려면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전통문양을 활용할 때, 해당 문양이 담고 있는 상징을 너무 무겁게 전달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일상적인 상황에서 문양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지를 고민하며, 컬러감, 재질, 실루엣 등을 통해 사용자와의 거리감을 좁혀나간다. 예를 들어 리슬의 의류는 제품 설명에 단청의 문양 유래나 꽃문양의 의미를 함께 담아내면서도, 그 정보가 ‘지식’이 아니라 ‘감정’으로 다가오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옷을 입는 순간 단순한 멋을 넘어서,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입고 있는지를 은근히 느끼게 해주는 방식이다. 전통문양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일상 속 정체성과 감성을 건드리는 매개체가 된다. 전통문양이 옷 위에 얹히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함’과 ‘처음 만나는 새로움’을 동시에 전달한다. 어떤 소비자는 “이 옷은 설명이 없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무늬라서 좋다”고 표현했고, 또 다른 이들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잔잔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이처럼 전통문양이 주는 정서는 강하게 주장하지 않지만, 착용자의 감각과 정서에 부드럽게 스며들며 자신도 모르게 애정을 쌓게 만든다. 감성은 기억을 불러오고, 문양은 그 기억을 조용히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 그렇기에 전통문양은 이제 ‘지식의 유산’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 안에서 재해석되는 감성의 코드로 작동한다.